이용원 대표님은 국가환경교육 사업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아이들에게 지식 전달만 하는 환경 교육에 괴리감을 느꼈어. 지식적인 환경교육도 중요하지만, 지식 전달만으로는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하셨지.

*사운드스케이프 :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인간에 의해 구성되는 음향 환경 등을 담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출처 : 중앙일보) 

우리의 생태 감수성이 부족한 예로 청원투표를 들어 말해 주셨어. 지난 정권에서 20만 표가 넘는 청원이 185건이었는데, 환경과 관련된 청원은 과연 몇 건일 거 같아?  바로 1건이었어. 반면에 반려견, 반려묘와 관련된 청원은 15건이 넘어갔지.

곶자왈에서 사라져가는 종의 생태를 보존하자는 청원도 3천 표에 못 미친 사례도 있어. 청원율이 낮은 이유는 곶자왈의 사라져 가는 종이 반려견, 반려묘보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낮기 때문은 아니라고 해. 단지 사람들이 자연환경에 대해 생태 감수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시는 거지.

그렇다면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  바로 ‘자연에 가라’였어. 자연에서 오감을 활용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만져보며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게 생태 감수성을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

슬리핑라이언에서는 생태 감수성을 알려 주기 위해 곶자왈에서 사운드 워킹을 진행해. 자연에서 ‘소리풍경’을 통해 제주의 곶자왈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 서식하는 동식물과의 교감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지.

이렇게 대표님은 사운드 워킹을 통해 사람들이 생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도와주며 슬리핑라이언의 비전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어.

몽돌해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에서 사라져가는 소리가 생기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 제일 안타까운 건 후대의 아이들은 자연의 소리를 자연에서 직접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거였어. ‘베베슬립’에서 듣는 소리도 좋지만 역시 자연에서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야.

🦁이용원 대표 : “사운드스케이프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공간을 온전하게 담아서 전달할 수 있다는 거야. 사진은 작가가 보여주는 프레임에 의도한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기자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대중에게 보여주잖아?

근데 사운드스케이프는 의도를 담을 수가 없어. 녹음하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건 녹음 마이크를 놓는 시간과 장소밖에 없거든. 녹음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는 자연이 알아서 모든 걸 채워줘. 그 시점, 그 장소에서 나는 소리가 온전히 전달되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도나 메시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사운드스케이프의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

대표님은 사운드스케이프의 매력이 범용성이라고 했어. 자연의 소리로 어떤 사람은 힐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시를 쓰거나 글을 쓸 수도 있잖아?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사운드스케이프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

사운드스케이프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녹음 실력이라든가 편집, 믹싱기술이 좋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해. 오히려 지리적인 안목과 생태적 지식이 더욱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더라고. 무작정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보다는 지리적 특성에 맞는 소리를 녹음하는 게 중요한 거지. 또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야하고 녹음하는 것 자체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해.

그래서일까? 사운드스케이프를 사업에 접목한 것은 슬리핑라이언이 유일하다고 해.

🦁이용원 대표 : “도시에서는 소음이 엄청나기 때문에 서울 경기권에서는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그리고 제주 외의 다른 지역에도 여러 자연 지형 요소가 있지만 지형 간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기도 해. 그리고 지리적, 생태적 지식을 바탕으로 특성에 맞는 소리를 녹음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생기기 힘든 거 같아.”

대표님은 플레이어가 많아져 시장이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사운드스케이프에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어. 하지만 지금도 사라지는 소리가 생기고 있어서 다양한 소리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아 시장성이 좁아질 거라 보고 있어.

반면에 시장성이 좁아지는 만큼 희소성은 늘어나고 있어. 진입장벽은 높고 희소성이 늘면서 방송사나 통신사에서도 협업 제안이 많이 오고 최근에는 KBS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

대표님은 내년까지는 제주의 소리를 녹음하고 세계 자연유산의 소리를 녹음하실 계획이라고 해.

이후에는 종자은행처럼 세계의 소리를 담아 사람들이 언제든 와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벙커를 제주에 만든다는 멋진 꿈도 말해주셨어.

🦁이용원 대표 : “사운드스케이프는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만들어 내는 소리인 지오포니(Geophony), 생명체들이 내는 소리인 바이오포니(Biophony),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소리인 엔스로포니(Anthrophony)로 구성되어 있어. 현재는 자연의 소리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 중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소리, 예를 들어 해녀 숨비소리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치 있는 소리를 다 담을 수 있는 사운드벙커를 만들 예정이야.”

대표님은 사람들에게 사운드스케이프가 기존보다 더 인지되도록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하셨어. 그 목표를 위해 하반기에는 관련 책도 만들어 낼 예정이라고 하시며 유퀴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셨지. 유퀴즈는 생소한 영역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힘이 있다며 출연해서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 더 알리고 싶다고 하셨어.

🦁이용원 대표 : “나에게 사운드스케이프는 반려 업이야.

돌보고 애정을 쏟고 사운드스케이프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그런 반려 업. 그래서 나의 남은 인생을 평생 사운드스케이프와 같이 보내도 후회가 없는 거지. 반려동물도 품종을 떠나 내가 좋아하면 애정이 가고 평생을 함께 보내잖아? 그런 거랑 마찬가지라고 봐.

시대적으로 인기가 있거나 시장에서 잘 나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운드스케이프가 좋아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