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넓은 평야 지역인 대정에는 제주 쌀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이시보 양조장’이 있어. 술 익는 소리와 특유의 누룩 냄새가 나는 이곳은 맛있는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곳인 동시에 부경철 대표님의 꿈이 시작된 곳이야.

대표님의 증조할머니께선 술을 빚으셨어. 그 시절에는 각 가정에서 술을 빚는 게 당연한 문화였지. 증조할머니께서 술을 빚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과 마루에 둘러앉아 술맛을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린 시절 대표님에게는 인상 깊었다고 해.

초기 사업자에게 저가 막걸리에 대한 진입 장벽은 높아, 대량생산을 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힘들거든. 그래서인지 대표님은 저가 막걸리보다는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당시에 프리미엄 막걸리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단계였고 초기 사업자가 적은 자본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적절한 시기였어.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로컬 프리미엄 양조장을 창업한 대표님은 올해로 운영 2년 차에 접어든 창업가야. 2022년 7월에 첫 제품인 ‘이시보 막걸리’와 같은 해 12월에 두 번째 제품인 ‘연하 막걸리’를 출시했어. 앞선 2년 동안은 이시보 양조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브랜딩을 진행했다고 해. 이렇게 전달한 이야기를 이루어 나가며 차곡차곡 이시보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

대표님은 막걸리 이외에도 제주의 전통주에 관심이 많아 잊혀 가는 전통주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

곧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인 제주의 전통주인 ‘강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

강술은 주로 제주의 ‘테우리’(목동)들이 먹던 술로, 목동이 산간 지역으로 말을 돌보러 갈 때 싸 들고 갔던 술이야. 제주 같은 화산섬은 진흙이 귀해 토기로 만든 술병을 서민들이 구하는 게 어려웠다고 해. 그래서 술병에 담지 않고도 휴대가 가능하도록 반고체 형태로 술을 만들었어. 이처럼 전통술에 대한 지식은 주로 옛 문헌에서 기록을 찾아보거나 관련 업계의 종사자와 나눈 대화를 통해 얻는다고 해.

강술은 전통 방식으로는 물에 희석해서 먹는 게 맞지만, 현대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다고 해. 그래서 대표님은 새로운 방식으로 카나페처럼 즐기거나 요거트, 후무스처럼 견과류를 섞어 먹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 술을 복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대표님의 새로운 해석이 첨가되기 때문에 같은 전통주라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이외에도 증조할머니의 스토리를 녹인 오메기술이나 고소리술 또한 출시할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 고소리술 같은 경우는 증류주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정 과정이 필요해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셨지만, 전통주를 향한 대표님의 열의를 엿볼 수 있었어.

대표님이 처음부터 양조를 직업으로 삼으신 건 아니었어.

원래는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보컬을 전공했다고 해. 뜬금없이 양조장이 툭 튀어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표님만의 스토리가 있었어.

🌾부경철 대표 : “학창 시절에 힘든 시기가 찾아왔어. 그 시기에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고 영감을 얻으며 큰 힘이 되었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금전적으로 힘들어지며 다시 제주로 내려오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되었지. 그러다  ‘영감을 주는 사람’도 좋지만, ‘영감을 주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대표님이 본격적으로 술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건 양조장 건축이 완료되고 나서부터야.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양조 수업을 듣고 이를 토대로 기본적인 막걸리 레시피를 제작하고 상황에 맞게 비율을 변경하며 현재의 레시피를 완성했어.

쌀농사를 하고, 술을 빚고, 납품까지 이시보 막걸리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대표님이 있었어.

원료인 쌀농사는 처음에는 원가를 절감하려고 시작했지만, 제주 쌀 자체가 싸지 않아서 원가 절감의 효과는 없었다고 해. 하지만 쌀 품종부터 건조, 도정까지 상품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장점이 되었지.

총 20곳 중반 정도의 납품처 대부분이 도내에 있어 대표님이 직접 납품을 다닌다고 해.

실제로 현장에 가면 분위기를 파악하거나 개선점을 수집하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납품의 필요성을 느끼셨지. 그래서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도 납품은 최대한 대표님이 직접 다닐 예정이라고 해.

최근 이시보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에도 참여했어.

이전에도 소규모 팝업스토어와 플리마켓, 주류 박람회에는 종종 나갔는데, 백화점에서 기획으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는 이번이 처음이었대. 드라마틱한 판매 흥행은 없었지만, 백화점에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홍보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해.

팝업스토어, 신제품 출시와 같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님에게 미래의 이시보에 관해 물어봤을 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 일반적으로 소규모 양조장은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 증설이나 신제품 출시처럼 상품과 관련된 것일 거로 생각했거든. 하지만 대표님은 이시보 양조장 자체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어.

🌾부경철 대표 : “나는 이시보 양조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해외의 와이너리 같은 경우에는 그냥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양조장 투어도 진행하고, 체험도 해볼 수 있고, 식사나 숙박 같은 경우도 함께 할 수 있잖아. 나도 그렇게 이시보 양조장을 제주도에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투어 패키지처럼 만들어 보고 싶어. 다른 양조장과의 뚜렷한 차별성이면서 색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술을 빚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음식과 술, 그리고 정을 나누던 시절.

대표님은 그 시절의 술을 빚고 마신다는 것을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풍류를 즐기기 위한 문화로 바라봤어.

그래서일까, 대표님이 꾸려나가고 있는 이시보 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양조 공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어.

🌾부경철 대표 : “막걸리라는 단어 자체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거 알아? 대충 걸렀다는 ‘막’과 방금 걸렀다는 ‘막’으로 말이야.

나는 이 두 해석 중 방금 걸렀다는 ‘막’걸리로 해석하는 걸 선호해. 조선시대에 술을 팔던 주막에서는 갓 만들어진 신선한 술을 방금 ‘막’ 걸러 손님에게 팔았을 거로 생각하거든. 원래 갓 만들어진 술이 가장 맛있고 좋은 거잖아.

그래서 나는 막걸리를 갓 만들어진  맛있고 좋은 술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내가 만든 술이 좋은 곳에 들고 갈 수 있는 좋은 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